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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 모음 035 - 새들이 하늘 높이 길을 내지 않는 것은

by fffore 2023.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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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모음 035 - 새들이 하늘 높이 길을 내지 않는 것은

 

 

안녕하세요. 포레입니다.

오늘은 짧은 시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늘에 길이 있다는 것을

새들이 먼저 안다

하늘에 길을 내며 날던 새는

길을 또 지운다

새들이 하늘 높이 길을 내지 않는 것은

그 위에 별들이 가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새는 자기 길을 안다, 김종해

 

 

 

 

개들은 처음 짖던 대로 짖고

새들은 처음 울던 대로 운다

우리는 처음 사랑의 말을 나누었으나

오늘은 굳은 입술로 침묵한다

 

침묵의 소리, 유하

 

 

 

 

 

다리가 되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스스로 다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내 등을 타고 어깨를 밟고

강을 건너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꿈속에서 나는 늘 서럽다

왜 스스로는 강을 건너지 못하고

남만 건네주는 것일까

깨고 나면 나는 더 억울해지지만

이윽고 꿈에서나마 선선히

다리가 되어주지 못한 일이 서글퍼진다

 

다리, 신경림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사슴, 노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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