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관한 시 모음 002 - 사랑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계속되지도 않고
안녕하세요. 포레입니다.
오늘은 이별에 관한 시 몇 편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죽은 나무
/ 최창균
한 나무가 한 나무에 기대어 있다
누군가에 기대어
한 생이 고요해지는 순간.
거기 검은 촛불을 켜놓고
땅으로 걸어 내려오는 저 향기
교차로에서 잠깐 멈추다
/ 양애경
우리가 사랑하면
같은 길을 가는 거라고 믿었지
한 차에 타고 나란히
같은 전경을 바라보는 거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봐
너는 네 길을 따라 흐르고
나는 내 길을 따라 흐르다
우연히 한 교차로에서 멈춰 서면
서로 차창을 내리고
- 안녕, 오랜만이네
보고싶었어
라고 말하는 것도 사랑인가봐
사랑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계속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끈도 아니고
이걸 알게 되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을까
오래 고통 스러웠지
아, 신호가 바뀌었군
다음 만날 지점이 이 생이 아닐지라도
잘 가, 내 사랑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
있었던 일
/ 이생진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하면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는 일
적어도 남이 보기엔
없었던 것으로 없어지지만
우리 둘만의 좁은 속은
없었던 일로 돌아가지 않는 일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겉으로 보기엔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추억, 오래도록 아픔
/ 이정하
사랑이라는 이름보다는
늘 아픔이란 이름으로 다가오던 그대
살다보면 가끔 잊을 날이 있겠지요
그렇게 아픔에 익숙해 지다보면
아픔도 아픔 아닌 것처럼
담담히 맞을 때도 있겠지요
사랑이란 이름보다는
아픔이란 이름으로 그대를 추억하다가
무덤덤하게 그대 이름을
불러볼 수 있는 날이 언제인지
그런 날이 과연 오기는 올른지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언제쯤 그대 이름을
젖지 않은 목소리로 불러볼 수 있을지
사랑은 왜 그토록 순식간이며
추억은 또 왜 이토록
오래도록 아픔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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