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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시 모음 012 - 한 때의 소나긴 피하면 되나 가랑비는 피할 수 없음을

by fffore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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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시 모음 012 - 한 때의 소나긴 피하면 되나 가랑비는 피할 수 없음을


안녕하세요. 포레입니다.
오늘은 사랑에 관한 시 몇 편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랑의 우화
/ 이정하

내 사랑은 소나기였으나
당신의 사랑은 가랑비였습니다
내 사랑은 폭풍이었으나
당신의 사랑은 산들바람이었습니다

그땐 몰랐었지요
한 때의 소나긴 피하면 되나
가랑비는 피할 수 없음을
한 때의 폭풍 비야 비켜가면 그 뿐
산들바람은 비켜갈 수 없음을





취미
/ 원태연

니가 내 취미였나봐
너 하나 잃어버리니까
모든 일에 흥미가 없다
뭐 하나 재미난 일이 없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 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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