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관한 시 모음 003 - 그립다고 해서 멍하니 서 있지 마라
안녕하세요. 포레입니다.
오늘은 이별에 관한 시 몇 편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사랑하고 그렇게 이별하고
/ 양애희
꾸우욱 누른 그리움 한 조각
꽃잎으로 스러지고 눈물로 채워질 줄 모르고
그렇게 사랑하고, 그렇게 이별하고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하나로
시든 가로등 아래
사랑과 등진 내가 될 줄 차마 모르고
사랑
/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개월은
어딘가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 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더 예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사랑은 보내는 자의 것
/ 이정하
미리 아파하지 마라
미리 아파한다고 해서
정작 그 순간이 덜 아픈 것은 아니다
그대 떠난다고 해서
내내 베갯잇에 얼굴을 묻고만 있지 마라
퍼낼수록 더욱 고여드는 것이 아픔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현관문을 나서 가까운 교회라도 찾자
그대, 혹은 나를 위해 두 손 모으는 그 순간
사랑은 보내는 자의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미리 아파하지 마라
그립다고 해서
멍하니 서 있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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