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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시 모음 004 - 이리 와, 껴안아줘
안녕하세요. 포레입니다.
오늘은 사랑에 관한 시 몇 편을 가지고 왔습니다.
풀밭에서
/ 조원규
풀잎들이 한 곳으로 쏠리네
바람 부니 물결이 친다고?
아니,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야
그해 팔월엔 어땠는 줄 알아?
풀잎들은 제자리에 미동도 없이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았었지
풀 비린내에 내 가슴은 뛰고
지평선은 환하게 더욱 넓게
시간이 멈추곤 했기 때문이야
이리 와, 껴안아줘
낯익은 그림
/ 연왕모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그러다
당신의 맘속에
자리를 틀겠어요
우리는
/ 이지현
그대는 봄이고
나는 꽃이야
그러니
무심천 벚꽃이 눈 밖에 있지
나는 봄이고
그대는 꽃이야
그래서
내 눈 속이 온통 그대지
우리는 꽃밭이고
우리는 봄이야
소금인형
/ 류시화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네
나의 사랑은
/ 김억
나의 사랑은
황혼의 수면에
해쑥 어리운
그림자 같지요
고적도 하게
나의 사랑은
어두운 밤날에
떨어져 도는
낙엽과 같지요
소리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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