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관한 시 모음 001 -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안녕하세요. 포레입니다.
오늘은 이별에 관한 시 몇 편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헤어진 후
/ 은희경
우리가 헤어진 건 다른 이유는 없었어
그냥 우리가 덜 사랑했던거
덜 절실했던 그거지
너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생각해봐
우리가 사는게 사막이고 내가 물 한 컵이었다면
네가 나를 버렸을 것 같아?
언제인가 한 번은
/ 오세영
우지마라 냇물이여,
언제인가 한 번은 떠나는 것이란다.
우지마라 바람이여,
언제인가 한 번은 버리는 것이란다.
계곡에 구르는 돌처럼,
마른 가지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삶이란 이렇듯 꿈꾸는 것.
어차피 한 번은 헤어지는 길인데
슬픔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청솔 푸른 그늘 아래 누워서
소리 없이 흐르는 흰 구름을 보아라.
격정에 지쳐 우는 냇물도
어차피 한 번은 떠나는 것이다.
공존의 이유
/ 조병화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그리운 이름
/ 배홍배
흔들리는 야간버스 안에서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저장된 이름 하나를 지운다
내 사소한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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