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관한 시 모음 004 - 삶의 길은 돌아올 수 없는 편도표 밖에 없어
안녕하세요. 포레입니다.
오늘은 인생에 관한 시 몇 편을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언젠가는
/ 조은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바퀴는 돌면서
/ 이우걸
길은 달리면서 바퀴를 돌리지만
바퀴는 돌면서 길을 감고 있다
모나고 흠진 이 세상
둥글게 감고 있다
간이역
/ 이종희
삶의 길은 돌아올 수 없는
편도표 밖에 없어
간이역에서 정차를 하다가도
다시 편도표를 끊고
가보지 않은 길로 가야하고
지난 추억은 지난 기차표에 적혀
버려지거나 희미해질 것이니
쓸쓸한 그대여, 어느 간이역에서
편도표 들고 서성이고 있느뇨
토닥토닥
/ 김재진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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