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시 모음 014 -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포레입니다.
오늘은 사랑에 관한 시 몇 편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바람에게
/ 이해인
몸이 아프고
마음이 우울한 날
너는 나의
어여쁜 위인이다, 바람이여
창문을 열면
언제라도 들어와
무더기로 쏟아내는
네 초록빛 웃음에 취해
나도 바람이 될까
근심 속에 저무는
무거운 하루일지라도
자꾸 가라앉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다오
나무들이 많이 사는
숲의 나라로 나를 데려가다오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하겠다
삶의 절반은 뉘우침 뿐이라고
눈물 흘리는 나의 등을 토닥이며
묵묵히 하늘을 보여준
그 한사람을 꼭 만나야겠다
푸른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 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부는 들녁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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